아이보다 못한 어른

1,255 2013.05.02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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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초등학교 때의 일이니 한 참 오래 되었다.
어느 날 차에서 내리는데 실수로 아내가 차 문을 잡고 있는 것도 모르고 차문을 닫아 손가락을 심하게 다치게 한 적이 있었다. 아내는 손이 아파 어쩔 줄 몰라 하는데 달려가서 아픈 손을 살피며 위로 했어야 했는데 타이밍을 놓치고 그렇게 하지 못했다.
 아내는 “무슨 저런 남편이 다 있어!”라는 표정으로 나를 물끄러미 보고는 삐친 얼굴로 집 안으로 들어가 문을 방문을 “쾅”하고 닫았다. 나도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해 미안한 마음은 있었지만 아내가 그렇게 까지 하지 않아도 되는 데 하는 마음에, 그런 아내에 대해 마음이 불편했다. 
 
 그런데 아이들도 그런 엄마와 아빠에 대해 불안을 느꼈는지 엄마, 아빠의 눈치를 살피며 저희 방에 들어 간 아이들이 한참 만에 방에서 나와 편지 두통을 건네주면서 읽어 보라고 한다. 아이들의 마음에 엄마, 아빠의 냉전이 혹 가정의 평화가 깨지지나 않을까 두려움이 있었던 것일까?
 그 편지의 내용에는 아빠는 엄마에게 잘 못했다고 하라고 하고, 엄마에게는 아빠를 이해하라고 했다. 한 편으로 아이들이 엄마 편을 드는 것이 섭섭하기도 했지만, 아이들이 쓴 편지를 읽으면서 한 편으로는 벌써 다 컸네 하는 대견한 마음도 있었다.   

 사실, 실수라고 하더라도 원인을 제공한 내가 달려가서 갖은 아양을 떨어서(?)라도 먼저 아픈 상처는 둘째 치고, 아픈 마음을 달래 줘야 했는데, 그것이 별거 아닌 것처럼 무심했으니 아내는 그것이 못내 섭섭했던 모양이다. 아이들의 눈에도 아빠의 모습에서 그것을 보았던 모양이다. 어른들의 스승은 아이라고 한 것이 이것을 두고 한 말일까? 아이들은 쉽게 “미안해”, “용서해줘”, “사랑해”라는 말이 쉽게 되는데 세상을 오래 살고, 많은 것을 경험했다고 하는 어른들의 입에서는 왜 그런 말이 쉽게 나오지 않는지.......?

 아이들만 못한 어른.
 
 왜 어른들은 기분 나쁜 감정이 오래갈까? 그럴 수도 있지 하면서 상대방을 이해할 수는 없는 것일까? 왜 쉽게 먼저 손 내밀지 못할까? 믿음이 있다고 하면서 여전한 숙제를 안고 사는 모습이 때로 서글퍼지기도 한다. 그래서 만약에 지금 또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가정의 평화와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1+1은 귀요미, 2+2는 귀요미, 3+3은 귀요미, 4+4는 귀요미를 외치며 망가진 모습으로라도 아내에게 웃음을 선사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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