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기다림

1,269 2014.11.06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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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사건이 일어난 지 벌써 197일 째이다. 여섯 달이 훌쩍 넘어섰다. 처음에 그 엄청난 충격과 슬픔, 갖가지 애환으로부터 이제 조금은 잠잠해질 때도 되었지만 아직도 그 끝이 보이질 않는다. 유가족은 유가족들대로 진상이 밝혀지지 않아 상처 난 마음이 치유가 되지 않고, 진상을 밝혀줄 특검마저도 정쟁에 가려 흐지부지 되고 있다. 국민들 또한 장기간의 슬픔이 어느새 스트레스가 되어 이해의 폭이 좁아져 있고, 마치 국민 모두가 죄인이나 된 것처럼 자숙하고, 할 말을 감추고 조심하고 있다.

  세월호는 대한민국의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주는 축소판이다. 선장과 선원의 안전 불감증이나, 돈을 위해서는 사람의 목숨도 헌신짝처럼 여기는 사업주들이나, 뇌물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비리 공무원들, 사고가 나도 나만 살면 그만이다라고 여기는 양심의 화인을 맞은 사람들, 시체를 담보로 이익을 챙기려고 했던 일부 업체들 등 그야말로 대한민국의 비리의 축소판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 와중에도 사건을 빌미로 자신을 돌아보는 겸허한 마음은 사라지고, 손가락질을 해가며 남을 정죄하기에 바쁜 사람들과 피해자라는 이유만으로 심판자처럼 행동하는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로 인해 주검이 되어 하늘나라로 간 고인들에게 더 상처를 주고 있다.       
 
 참 많은 선량한 사람들이 오래 참고 인내하고 있다. 아직도 노란 리본을 가슴에 달고 진심으로 고인들의 죽음을 애도하고, 아직도 시체가 수습되지 못한 피해자 가족을 위해 말없이 자원 봉사하고 있는 분들도 있다. 말없는 다수의 국민들은 진심으로 이 사건의 상처가 순리적으로 매듭이 지어 회복하기를 기도하고 있다. ‘눈은 눈으로 이는 이로’ 하는 것이 아니라 상처를 준 사람이나, 상처를 받은 사람 모두가 다 회복이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건에 직접 연관이 된 사람들의 용기 있는 자기 고백과 정직하게 자신을 드러내고 용서를 구하는 일이 선행이 되어야 하겠지만, 살아남는 것만이 유일한 이유가 되는 사람들로 인해 이 숙제를 오래 안고 가야할 것이다. 

  사고를 당한 피해자의 심정이 되지 않으면 그 슬픔을 다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을 안다. 그러나 조금이라도 그 아픔을 더 이해하려고 함께한 수많은 이웃을 생각해서라도, 내 아픔에만 머물러 있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걱정하고, 위로하고, 기도하면서 조금이라도 그 아픔에 다가가려고 했던 많은 이웃을 생각해서라도 피해자 가족은 너른 마음으로 세상으로 나와야 한다. 세월호의 사건은 너무나 엄청난 사건이어서 세월이 가도 그 아픔의 흔적은 여전 하겠지만, 한을 한으로 풀면 한은 대물림이 되어 영원히 상처를 아물지 않게 할 수 있다. 그러므로 누구를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 모두를 위해서 이제는 서로가 서로에게 용서할 때이며 용서는 전적으로 상처를 받은 사람이 먼저 손을 내밀어야 진정한 용서가 되는 것이다. 그래야 오랜 기다림의 끝이 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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