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딸에게

1,356 2013.11.21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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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사우디에서 일할 때 네 할머니가 아빠를 격려한다고 써준 편지가 있었다. 잘 보관한다고 했는데 몇 번의 이사를 하면서 어디론가 사라져 아쉽기가 그지없다. 학력이 변변치 않았던 할머니의 글은 몇 군대 맞춤법이 틀리기는 했어도 충분히 엄마의 진심을 알 수 있는 그런 글이었다. 글의 중간 중간 침을 묻혀 가며 꼭꼭 눌러쓴 흔적을 통해 엄마의 정성과 사랑을 느끼고는 한참을 생각에 잠겼던 기억이 있다. 그만큼 편지는 가슴을 감동하게 하는 마력이 있다.

 너의 글에서도 예전에 엄마에게서 느꼈던 따뜻한 마음까지 읽었다. 거리는 멀리 떨어져 있어도 정감이 있고 진실이 통하는 사람들에게 받은 글은 마음을 푸근하게 한다. 지금의 세대가 디지털 시대이고 사이버 시대여서 꾹꾹 눌러 쓴 아나로그의 글이 아니지만, 오랜만에 정성이 담긴 글을 보는 것은 또 다른 행복이다,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받은 글이 비록 미사여구가 아니어도, 더욱 기쁜 것은 그 진솔함을 한자 한자 단어를 통해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지.

 엊그제 유학을 떠난 것 같은 데 벌써 취업을 걱정해야 하는 학년이 되었으니 세월이 참 빠르다. 준비도 없이 무작정 떠난 것 같은 유학길에 걱정도 많이 하고, 실제로 맞닥뜨리면서 갖은 난관을 혼자 헤쳐가야는 너를 생각할 때 마다 때로  마음 한 구석에 큰 구멍이 뚫린 듯 했으나 이제는 어엿이 어려움도 즐길 줄 알고, 현실과 당당히 맞서 싸우고 있는 너의 모습을 그릴 수 있어, 아빠는 늘 감사하고 있다.   

 욕심만큼 많은 것을 해 준 것이 없는 아빠를 사랑하고 존경한다고 하니, 괜스레 눈물이 고이더구나. 자식을 키우는 보람을 ‘바로 이 맛이야!!’라고 느끼게 해주어 정말 고맙다. 그래, 우리 숨 쉬고 있을 때 이런 정감 있는 대화가 미래에 무엇으로 보답하겠다고 하는 약속보다 더 아름다운 보상이 되는 것 같다.

 앞으로 헤쳐 나가야 할 인생의 숲이 만만치 않지만,  손짓하면 언제든지 달려 갈 수 있는 사랑하는 사람들이 네 가까이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면 전진하는데 도움이 되겠지. 용기 잃지 말고, 미루지 말고(ㅎㅎ), 하루하루 행복하게 살고 믿음은 우리의 전부라는 것을 꼭 기억하고, 하나님 속에 네가 있으면 내일 일은 하나님께서 더 걱정하시는 것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

 아빠를 기억하고 글을 써 준 것 고맙고, 사랑하고 존경한다고 말해 줘 더 기쁘고, 건강하고 맑고 깨끗하게 살려고 바동거리는 모습을 보니 안심이 되고, 하나님께 소망을 말하고 있음을 보니 아빠로서 조금은 책임을 다 한 것 같아, 하나님 앞에 설 때 최소한의 답변을 드릴 수 있을 것 같아, 오늘은 감동을 가지고 자리를 누워도 될 것 같다.... 고맙다.....사랑한다.... 

      너를  사랑하는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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